전체 글24 봄나물 한입, 봄을 삼키다 긴 겨울을 지나고 나면, 마치 자연이 숨을 돌리는 듯하다. 앙상했던 가지 끝에 연둣빛이 맺히고, 논두렁과 밭두렁 사이사이에서 작은 생명들이 꿈틀대기 시작한다. 그중에서도 가장 먼저 우리 곁에 오는 것은 ‘봄나물’이다. 이름만 들어도 입가에 산뜻한 침이 고인다. 달래, 냉이, 쑥, 두릅, 미나리… 어릴 적 시골 외할머니 댁에서 먹던 봄이 떠오른다. 봄나물은 단지 식재료가 아니다. 그것은 겨우내 움츠렸던 몸과 마음을 깨우는 ‘봄의 신호’다. 새순이라 그런지 그 맛이 어찌나 앙큼하고 싱그러운지, 한 입 먹으면 온몸이 깨어나는 듯하다. 조금은 쌉싸름하고, 조금은 향긋하며, 무엇보다 흙냄새를 닮은 그 맛. 아직도 뜨끈한 밥 위에 냉이된장국을 부어먹던 기억이 생생하다. 들기름 살짝 두른 달래무침, 김 한 장에 싸.. 2025. 3. 31. 무작정 걷다가 만난 봄 오늘은 오랜만에 공기가 맑아 한참을 무작정 걸었다.하늘은 맑고 바람은 선선해서, 괜히 기분이 좋아졌다.걷다 보니 벚꽃이 하나둘 피기 시작했고, 개나리도 노랗게 길을 따라 피어 있었다. 짧아진 봄이 아쉽지만, 그래서 더 귀하고 찬란하게 느껴진다.그냥 스쳐 지나가면 놓치고 말았을 작은 풍경들이 오늘은 유난히 다정하게 다가왔다.우리는 늘 바쁘게 앞만 보며 사느라, 계절이 말을 걸어와도 듣지 못할 때가 많다.그래서 오늘처럼, 아무 목적 없이 걷는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새삼 느낀다.지금 이 계절을 온전히 느끼고 싶다.이 봄이 지나기 전에, 조금 더 자주 나에게도 여유를 주기로 했다. 잊지 마세요. 오늘도 당신은 향기로울 거예요.Go togeher 2025. 3. 28. AI 시대, 인간의 길 2025년 3월 20일, 연세대학교 대강당에서 열린 강연에서 세계적인 석학 유발 하라리는 'AI 시대, 인간의 길'을 주제의 강연에 참가했다. 김지윤 박사의 질문에 하라리 교수가 답하는 형식으로 강연은 진행되었고 인공지능(AI)의 급속한 발전에 따른 인류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주로 다뤘다. 하라리 교수는 AI가 스스로 거짓말을 학습하는 등의 예를 들어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으며, 이는 기존의 여타 발명품과는 차원이 다른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한, 그는 AI 발전 속도를 조절하고 인간의 알고리즘 속도를 늦추는 것이 필요하며, AI 패권 경쟁보다는 인류 전체의 이익을 위한 협력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인문학적 가치와 윤리의식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기술 발전과 인간성의 조화.. 2025. 3. 25. 쉬지 않고 일하는데 나는 왜 이렇게 살기 힘든가? 작년 여름 "EBS 다큐멘터리 자본주의 5부작"을 시청하며 큰 충격에 빠졌던 기억이 있다. 무더운 날씨에도 간담이 서늘해지는 내용들이었다. 그동안 추측만 했던 내용들이 전문가들의 인터뷰 내용으로 정리되었고 무심코 지나쳤던 내용들을 인지시켜주는 충격적인 내용들이 대부분이었다. 얼마 전 자본주의를 책으로 구입하여 모두 읽고 책을 덮으며 난 유태인들의 교육방식에 주목했다. 유태인들은 딸이 만 12세가 되고 아들이 만 13세가 되면 바르 미츠바(Bar Mitvah)와 바트 미츠바(Bat Mitvah) 의식을 치르고 종교적 책임과 성인으로 간주된다. 이때는 토라(Torah, 모세오경) 낭독을 하고 축복 및 설교, 파티와 축하행사가 이뤄진다. 난 유태인들은 경제교육에 집중한다. 이들은 세계 인구의 단 0.2%에.. 2025. 3. 17. 국립현대미술관, 그리고 백남준 K-POP, 세계적인 피아니스트들의 활약 그리고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으로 예술적 호황기를 맞고 있는 근래지만 1980년대까지만 해도 우리 예술가들이 세계적으로 알려지지 않았다. 그런 시기에 백남준 선생은 "미디어 아트"라는 독특한 장르를 창시하며 세계적인 이목을 우리나라에 집중시켰다. 고등학교 시절, 당시 미술 선생님은 실기 점수의 대부분을 미술관을 방문한 실적으로 할애하셨다. 수원에 살고 있었던 나로서는 토요일 오전 수업이 끝나면 지하철 1호선을 타고 종로를 다니며 수많은 갤러리를 찾아 들렀던 기억이 있다. 그때는 여간 귀찮지 않았는데 지나고 보면 팍팍한 수험생에게 비추는 따뜻한 햇살과도 같은 시간들이었다. 과천에 있는 국립현대미술관은 당시에 정말 깨끗하고 웅장하게 느껴졌었고 수많은 작품들.. 2025. 3. 16. 사춘기 아이들과 하와이 여행기(11) 어제 물놀이를 많이 해서 그런지 아이들이 일어나지 못한다. 테라스에서 앉아 챙겨 온 "사장학개론"(김승호 지음)을 읽고 있는데 전화벨이 울린다. 한국인 종업인이 이벤트 관련하여 안내 전화가 온 건데 할인쿠폰을 드린다는 내용이다. 세상에 공짜는 없지만 어제 체크인할 때도 한국인 안내인이 설명했던 내용이라 두 번 거절하기 힘들어 방문하기로 한다. 아이들이 일어나자마자 서둘러 준비하여 체크인 장소의 한국인 부스로 향한다. 힐튼 호텔에는 체크인 장소에 한국인과 일본인을 위한 안내 서비스 창구가 있다. 영어가 힘든 분들은 한국인 안내 서비스를 이용하면 편리한데 한국인 부스가 있다는 걸 보면서 약간의 자부심이 생긴다. 한국인 부스에는 미국에 이민 온 지 30년 되신 중년의 남자분이 계셨는데 그분의 안내를 들.. 2025. 3. 15. 사춘기 아이들과 하와이 여행기(10) 오늘 우리가 묵을 숙소는 공항 근처의 힐로 호텔이다. 아담하고 깔끔한 분위기의 호텔이다. 미드를 볼 때 자주 보던 모텔보다는 조금 더 좋은 느낌인데 하루 묵을 숙소라 문제 될 게 없다. 운전도 오래 하고 많이 걸은 하루라 그런지 모두들 일찍 씻고 하루를 마무리한다. 새벽 4시에 어김없이 눈을 뜨고 호텔 라운지를 걸어 나와 무료로 제공해 주는 차 한 잔을 마시고 근처를 산책해 본다. 아직 어두워서 가로등 불빛에 의지해 걸어본다. 하와이에 도착해서 어제까지의 일정을 되뇌어보니 온통 감사한 일들뿐이다. 기대하지 않았던 곳에서 마주친 환상적인 풍경과 늘 미소를 잃지 않는 친절한 사람들, 여행을 와서일 수도 있지만 좋은 것들만 기억에 남는다. 1시간쯤 걷다가 방으로 들어오니 아내가 이미 일찍 일어나 있어.. 2025. 3. 14. 사춘기 아이들과 하와이 여행기(9) '하와이 국립 화산공원'은 1987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국립공원이다. 지금도 화산활동이 이뤄지는 활화산인데 용암의 점도가 낮고 화산활동이 격렬하지 않아 비교적 안전하다. 덕분에 어디에서도 경험하지 못할 분화구 트레킹과 용암이 흘러내린 것을 드라이브할 수 있는 코스가 있다. 이곳은 하와이를 방문한 사람에게 꼭 한번 추천한다. 공원 입구에서 매표를 하고 몇 분을 차로 이동하여 정보를 얻을까 하여 잠시 기념품을 파는 곳을 들렀다. 방문객들로 붐볐으나 대략적인 정보를 얻는 데는 문제가 없다. 잠시 화장실도 들렀다가 서둘러 화산으로 향한다. 화산으로 향하는 길도 역시나 길게 뻗은 직선 길과 대자연이 그대로 보전되어 있어 답답한 느낌이 전혀 없다. 하긴 화산이 활동 중인데 건물들을 지어 개발할 수도 .. 2025. 3. 13. 이전 1 2 3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