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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춘기 아이들과 하와이 여행기(8) 오늘 밤에 묵을 숙소는 정글에 있다. 호텔이나 리조트가 아니라 자연 그대로를 느낄 수 있는 숙소인데 정글에 있다 보니 먹을 음식을 충분히 챙겨가지 않으면 낭패가 될 수 있다. 공항에서 가까운 월마트를 검색하여 이동한다. 월마트는 이곳에서도 대규모를 자랑한다. 땅이 넓어 주차장이나 마트는 단층이다. 땅이 넓은 나라의 특권이다. 밤에 먹을 음식과 물, 과일을 사서 나왔고 출발하기 전 ROSS라는 아웃렛에도 가본다. 창고형 매장 같은 건데 시기만 맞으면 좋은 제품을 싸게 살 수 있겠다. 쇼핑하러 온 건 아니니 그냥 구경만 한다. 구경만 하는데도 워낙 넓으니 시간이 많이 지체된다. 정글 숙소까지 가려면 해가 질 거 같다.      숙소로 가는 길은 해가 지니 가는 길이 만만치 않다. 초행길에 길도 넓지 않다. .. 2025. 3. 11.
사춘기 아이들과 하와이 여행기(7) 어릴 때 이후로 이렇게 오랫동안 해수욕을 한 적이 있던가? 돗자리도 파라솔도 빌리지 않고 정말 끝도 없이 놀았다.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려고 하니 슬슬 배가 고파진다. 챙겨간 비치타월로 물기를 제거하고 숙소로 향한다. 새벽과 낮, 저녁시간대의 와이키키 앞 상권은 확실히 다르다. 해수욕을 막 마친 사람들과 쇼핑과 식사를 하려는 인파가 줄줄이 늘어진다.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을 끌어모으는 하와이는 그만큼 매력이 있다. 하와이는 신기하게 한국인들은 거의 만나기 힘들다. 동양인은 일본인이 특히 많다. 일본인이 운영하는 식당도 많고 옷 가게도 많은 걸 보면 미국은 확실히 개방적인 나라다. 1941년 일본의 기습공격을 받았던 진주만이 이곳 하와이에 있는데도 말이다. 혼자 이런저런 생각하다 걷다 보니 하드락 카페가 보인.. 2025. 3. 10.
사춘기 아이들과 하와이 여행기(6) 여행지는 확실히 설레는지 아이들도 평소보다 일찍 일어난다. 방학 때라 늦잠 자기 일쑤인데 아이나 어른이나 여행은 기운을 내게 하는 비타민 같다. 커튼을 치니 햇살이 장난 아니다. 수영복을 입고 선크림을 듬뿍 바른다. 걸어갈 거니까 짐은 최소한으로 하고 리조트를 나선다.      새벽에 한번 걸어갔다 오니 지도를 펼칠 필요가 없다. 아내와 아이들을 새벽에 본 풍경들이 있는 곳으로 안내한다. 바로 옆에 힐튼호텔 앞에 스타벅스를 지나가다 작은 도마뱀을 발견한다. 둘째는 동물을 워낙 좋아하다 보니 모르는 동물이 없을 정도다. 그걸 어떻게 봤는지 잠깐 앉아서 보고 간다. 파워 J인 나머지 3명은 일정을 빨리 소화하고 싶지만 이번 여행은 그냥 그렇게 자유를 만끽한다. 5분 정도 앉아 구경하다 다시 출발한다.    .. 2025. 3. 9.
사춘기 아이들과 하와이 여행기(5) 새벽 4시다. 오늘도 어김없이 이 시간에 눈을 뜬다. 시차 적응으로 피곤할 뻔하지만 습관이 무섭다. 한국에서부터 매일 이 시간에 일어나 걷는다. 하와이라고 예외일 순 없다. 오히려 더 기대가 된다. 이 시간에 하와이 사람들은 뭘 하고 있을지 거리는 어떨지 궁금하다. 옷을 주섬주섬 챙겨 입고 간단히 물만 챙겨 호텔 입구로 나온다. 호텔 사람들은 일찍부터 라운지부터 청소를 한다. 이런 분들 때문에 이렇게 깨끗한 컨디션이 유지가 되는 것이다. 무엇이든 좋은 것들은 누군가의 노력과 희생의 대가임을 느낀다.     길거리가 어두울 줄 알았지만 가로등이 밝혀준다. 혹시나 낯선 장소에서 말도 안 통하는데 무서운 사람들을 만날까 무서울 줄 알았는데 내 염려는 부질없다. 오늘 새벽은 와이키키 해변으로 걸어가려고 한다. .. 2025. 3. 8.
사춘기 아이들과 하와이 여행기(4) 시간을 19시간 거슬러 금요일 오전에 하와이 호놀룰루 국제공항에 도착한다. 금요일 저녁에 도착했는데 오랜 비행을 했는데도 금요일 아침이니 시간을 벌었다. 돌아갈 때 19시간을 손해 보니 조삼모사다. 아들은 입국심사에서 직접 말해야 하는 줄 알고 더듬더듬 영어를 암기했다. 그런 모습이 귀엽다. 가족이라 성인 한 명에 아이 한 명이 동시에 입장하여 심사를 받을 수 있어 나와 아내가 아이 한 명씩 데리고 심사를 받았다. 반팔 유니폼에 문신이 가득한 사람이 굵은 목소리로 질문을 던져왔지만 최대한 떨리지 않는 척 자연스럽게 심사를 마친다.     짐을 줄이고자 한국에서 비교적 얇은 옷을 입고 와서 그런지 덥지 않다. 지금 생각해 보면 하와이는 습하지 않아서 그런 거다. 한국에서 예약한 하나 택시가 연착으로 인해 .. 2025. 3. 8.
사춘기 아이들과 하와이 여행기(3) 인천공항은 정말 대단한 규모다. 각종 상점들이 편리하게 입점되어 있고 화장실은 청결하다. 여행을 가는 사람도 오는 사람도 꼭 거쳐야 할 첫 번째 장소가 공항인 걸 감안하면 우리가 인천공항을 가지고 있다는 게 참 감사한 일이다. 인천공항 공사 막바지에 생도 시절 견학을 왔었던 생각을 잠시 해보았다. 그 당시에는 규모에 놀랐지만 지금은 유지관리 능력에 감탄을 하게 된다.   우리 가족은 책을 읽다가 이른 저녁식사를 하러 4층 식당가로 올라가 메뉴를 고른다. 평소 날 닮아 후각이 예민한 아들은 음식에 대한 거리감이 크다. 먹어봐서 검증이 되거나 냄새로 판단해 자극적이면 일단 거부한다. 평소 같으면 혼냈을 테지만 내가 한 여행의 원칙이 있기에 웃으며 넘어간다.   금요일 저녁이라 그런지 해외로 출국하는 여행객 .. 2025. 3. 7.
사춘기 아이들과 하와이 여행기(2) 책에서 추천하는 모든 곳들을 방문하기란 불가능하다.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다고 했다만 욕심을 내려놓고 철저히 아이들이 원하는 곳들 위주로 일정을 정리해 나간다. 7박 8일이라는 일정은 그렇게 구체화되기 시작했다.   여권발급이 일주일 만에 나오고 비행기표를 예약하면서 임박한 비행기표 값은 마치 주식처럼 가격이 변동한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몇 번의 예약 실패를 거듭하고 하와이안 에어라인 이코노미석으로 예약을 했다. 늦게 예약을 하다 보니 가격은 아마 저렴한 듯했지만 좌석은 떨어져 앉아야 하는 단점도 있었다.  낡은 트렁크를 하나 챙기고 쿠팡에서 저렴한 트렁크 두 개를 추가로 구매해 옷가지와 생필품을 챙겼다. 여행은 실제로 도착할 때 보다 준비할 때가 더 좋다고 했던가? 그렇게 2주간의 준비 시간은 이미 .. 2025. 3. 6.
사춘기 아이들과 하와이 여행기(1) 중학교 3학년에 올라가는 딸과 초등학교 5학년이 되는 아들이 있다. 아빠로서 아이들과 충분한 시간을 보내는 건 마음처럼 쉽지가 않았다. 한창 직장에서 중요한 일들을 맡아 처리하는 중년이 되어보면 대부분의 아빠는 생활비와 아이들의 학원비를 버는 게 더 중요하다고 스스로 느끼기 때문이다.  나도 그랬다. 정작 중요한 가족들과의 시간은 늘 뒷전으로 미뤄두고 회사 일을 맨 앞에 두고 살았다. 시간이 지나서야 그런 행동이 어리석었음을 자각했다. 더 늦기 전에 아이들과의 소중한 추억들을 만들어 나가기로 마음먹었다.   해외여행을 다녀온 게 첫째가 3살 때니까 정확히 13년 만이다. 필리핀으로 4박 5일 다녀왔는데 지금도 첫째는 가끔 그때의 기억을 꺼내어 추억한다. 둘째는 평소 호기심이 많은 아이인데 이번이 첫 해외.. 2025. 3.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