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우리가 묵을 숙소는 공항 근처의 힐로 호텔이다. 아담하고 깔끔한 분위기의 호텔이다. 미드를 볼 때 자주 보던 모텔보다는 조금 더 좋은 느낌인데 하루 묵을 숙소라 문제 될 게 없다. 운전도 오래 하고 많이 걸은 하루라 그런지 모두들 일찍 씻고 하루를 마무리한다.
새벽 4시에 어김없이 눈을 뜨고 호텔 라운지를 걸어 나와 무료로 제공해 주는 차 한 잔을 마시고 근처를 산책해 본다. 아직 어두워서 가로등 불빛에 의지해 걸어본다. 하와이에 도착해서 어제까지의 일정을 되뇌어보니 온통 감사한 일들뿐이다. 기대하지 않았던 곳에서 마주친 환상적인 풍경과 늘 미소를 잃지 않는 친절한 사람들, 여행을 와서일 수도 있지만 좋은 것들만 기억에 남는다. 1시간쯤 걷다가 방으로 들어오니 아내가 이미 일찍 일어나 있어 아내와 함께 같이 나와서 호텔 라운지에 앉아 차 한 잔을 마신다. 차를 마시며 내가 느낀 걸 아내한테 말하니 아내 또한 온통 감사한 일들뿐이라고 말한다. 힘든 결정이었지만 용기를 잃지 않고 결정한 서로를 격려하며 챙겨 나온 책을 읽는다. 일출 시간이 되어가는지 밖이 서서히 밝아짐을 느끼고 밖으로 함께 나와본다. 구름이 많이 낀 하늘이지만 감사하게도 멀리 야자수와 함께 또다시 환상적인 풍경을 선물해 준다.
이제 남은 여행을 보내려 다시 호놀룰루 공항으로 향한다. 빅아일랜드의 대자연이 주는 경이로움을 가슴속에 잊지 않도록 새긴다. 벌써 세 번째 방문하는 호놀룰루 공항은 이제 조금은 익숙해졌다. 일단 빅아일랜드 들어가기 전에 맡겼던 짐을 서둘로 찾고 호놀룰루에서 보낼 렌터카를 빌린다. 힐로공항보다는 확실히 대기 줄도 많고 시간도 많이 소요된다. 힐로공항 근처 렌터카가 작은 규모로 인간다운 정이 느껴지는 동네 슈퍼 같다면 이곳의 렌터카는 조금 더 딱딱하고 사무적이지만 시스템은 잘 갖춰져 있는 대형마트 느낌이다.
무사히 차를 빌려 남은 2박 3일간의 우리의 숙소로 향한다. 여행 첫날 묵었던 일리카이 리조트와 도보로 3분 거리의 힐튼 하와이안리조트이다. 걸어 다니면서 자주 보고 지난주 금요일엔 불꽃놀이도 봤던 곳이라 그런지 왠지 익숙하고 포근하다. 주차를 무사히 마치고 체크인하고 숙소에 들어가 보니 예상과 다르다. 컨디션은 매우 훌륭했으나 취사도구가 하나도 없다. 거기에 커피포트, 전자레인지조차 없다. 물가가 비싸서 챙겨 온 음식으로 하루 한 끼 정도는 해결하려고 했는데 불가능해진 것이다. 아내는 답답한 마음에 로비에 전화를 걸어 물어본다. 얼음은 제공되나 우리가 원하는 도구는 없다는 게 호텔 측 의견이다. 나중에 알고 보니 코로나 때 많은 관광객들이 커피포트를 이용하여 코로나에 전염되었다는 수많은 항의로 호텔 측에서 모두 뺐다고 한다. 그리고 이곳에서 취사를 할 수 있는 곳은 호텔 회원들만 이용하는 리조트에만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어쩔 수 있으랴. 이 또한 여행의 재미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짐을 정리하고 난 잠시 휴식을 취하기로 한다. 아내와 아이들은 호텔 안의 수영장을 다녀온다고 나갔는데 나중에 사진으로 보니 해수욕과 환상적인 일몰을 보고 왔다는 걸 알게 되었다.
단잠에서 깨 아내한테 온 메시지를 보고 비치타월을 챙겨 나갔을 땐 이미 해가 져 볼 수 없었지만 사진으로만 봐도 대단하다. 내일은 꼭 일출과 일몰을 봐야겠다는 결심 한다. 이곳은 호텔 안에서 모든 게 다 해결이 되도록 만들어 놓은 작은 마을 같은 느낌이다. 각종 식당, 편의점, 커피숍, 기념품 가게 등 없는 게 없다. 식당도 관광객의 입맛에 맞도록 다양한 나라의 음식점이 있다. 전 세계에 있는 힐튼호텔의 자본력이 새삼 대단하다고 느낀다.
물놀이를 한 아이들이 배고파해서 호텔 안에 사람들이 붐비는 피자집에서 테이크아웃으로 파자 한 판을 사서 숙소에서 다 같이 먹는다. 정통 미국 피자라 그런지 사이즈도 크고 토핑의 양도 훌륭한데 나한테는 약간 짜게 느껴진다. 물론 입맛에 맞는 분들도 많을 거다. 내일은 첫째가 알아본 지역 플리마켓과 둘째가 좋아할 만한 동물원을 가볼 예정이다. 내일은 또 어떤 일정이 펼쳐질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 11편에 계속 -
잊지 마세요. 오늘도 당신은 향기로울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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