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저녁, 산책길에서 우연히 한 그루의 나무 앞에 멈춰섰다.
거친 껍질로 덮인 나무 기둥 옆에, 눈에 잘 띄지 않는 밑단에서 잎을 틔우고 있는 작은 가지 하나가 나를 오래도록 붙잡아두었다. 위쪽으로 시선을 돌리면, 더 높이 자라난 굵고 곧은 가지들이 시원하게 뻗어 있다. 어쩌면 사람들은 그런 가지를 보고 ‘잘 자랐다’, ‘성공했다’고 말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에게 더 크게 다가온 건,
그 아래에서 아무도 주목하지 않지만 조용히 자라고 있는 그 작은 가지였다.
물조차 잘 닿지 않을 것 같은 낮은 위치, 햇빛도 겨우 비스듬히 스치는 자리.
그런 곳에서도 초록 잎을 피우기 위해 애쓰는 그 생명력에 마음이 울컥했다.
요즘 우리는 너무나 쉽게 누군가의 인생을 평가하곤 한다.
스펙이 얼마나 높은지, 연봉은 얼마인지, 집은 몇 평인지, 아이는 어디 학교를 다니는지…
마치 높이 자란 가지처럼, 남들의 눈에 띄는 무언가로 삶의 가치를 증명해야만 인정받는 세상 같다.
하지만 오늘 그 나무를 보며 생각했다.
‘가장 아래서 자라나는 가지도, 분명히 나무의 일부다.’
누구의 시선도 닿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자라나는 삶도 있다.
그들도 똑같이 의미 있고, 충분히 아름답다.
사람도 마찬가지 아닐까.
직선으로 높게만 자라야 하는 건 아니다.
삐뚤빼뚤하더라도, 속도가 느리더라도, 그저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모두 누군가의 소중한 일부다.
오늘 나무 아래 그 작은 가지가 나에게 속삭였다.
“너도 괜찮아. 있는 그대로 충분히 괜찮아.”
그 한마디에 위로받고, 다시 힘이 났다.
그리고 나도 누군가에게 그런 사람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자라는 당신에게, 따뜻한 시선 하나 건네줄 수 있는 그런 사람.
잊지 마세요. 오늘도 당신은 향기로울 거예요.
Go togeth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