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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의 운동장 한가운데서

by enduring-fragrance 2025. 4. 6.

 오늘은 정말 봄이 절정에 이른 날이었다. 어제까지 비가 왔나 싶은 착각이 들 만큼, 맑고 따스한 햇살이 온 세상을 환하게 비췄죠. 오후엔 문득 아들과 밖으로 나가고 싶어졌다. 너무 오랜만에 마음이 먼저 움직였던 것 같다. “우리 운동 좀 할까?” 하고 꺼낸 말에 아들이 두 말없이 대답하더군요. “좋아, 아빠!”

 

 집 앞 공터로 나가 축구공을 차기 시작했어요. 처음엔 제가 봐주듯 공을 찼지만, 점점 아들의 발끝에서 묵직한 힘이 느껴졌다. 그 작은 키로 어떻게 이렇게 세게 찰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제 쪽으로 날아온 공이 종종 아찔할 만큼 빨랐다. 괜히 슬쩍 아픈 척 “아야~” 했더니, 아들은 웃으며 “이제 아빠가 나 못 이기겠지?” 하고 으쓱거렸다.

 

 이어진 배드민턴은 거의 박빙이었어요. 제 체력이 점점 떨어지는 걸 느끼면서도, 절대 지고 싶지 않은 묘한 승부욕도 생겼다. 결국 마지막 랠리에서 내가 이겼지만, 아들의 실력에 왠지 모르게 뿌듯해졌다.

운동이 끝나고 벤치에 앉아 물을 마시며 잠시 쉬는 동안,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우리 아들이 점점 커가고 있구나. 공에 실린 힘처럼, 말에 담긴 무게처럼…’ 그 힘이 생길수록, 나는 서서히 나이 들어가겠지. 아이가 성장하는 만큼 나는 조용히 뒤로 물러나게 되겠죠. 하지만 그게 슬프기보단 고맙고 소중했다. 오늘처럼 피곤하고 귀찮아도, 그 순간을 지나치지 않고 함께 웃을 수 있었다는 것이.

 

 사실 내가 어릴 적엔 아버지와 이렇게 땀 흘리며 운동한 기억, 그리 많지 않았다. 그래서 더 소중하게 느껴졌는지도 모른다. 오늘 이 봄날 한가운데에서, 아이와 함께 웃고 뛰었던 시간이 훗날 나에게도, 아이에게도 따뜻한 기억으로 남길 바란다.

 

 

 

 

잊지 마세요. 오늘도 당신은 향기로울 거예요.

Go togeth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