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봄볕이 드는 자리로 화분을 옮기며

by enduring-fragrance 2025. 4. 1.

 4월의 첫날. 캘린더를 넘기며 문득 거실 한쪽에 모여 있던 화분들이 눈에 들어왔다. 겨울 내내 거실 창가에서 햇살을 받아온 아이들이다. 춥고 건조한 계절을 잘 버텨줘서 고맙기도 하고, 이제 슬슬 베란다로 나가 햇살을 더 가까이 마시게 해 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나씩 조심스럽게 들어 옮기기 시작했다. 작고 둥근 다육이, 잎이 풍성한 스파트필름, 그리고 겨우내 조금 시들해 보였던 고무나무까지. 손바닥에 느껴지는 흙의 온기와 식물의 무게가 참 기분 좋았다. 흙이 묻은 손으로 이마에 흘러내린 머리를 쓸어 넘기면서, "아, 진짜 봄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거실에서 베란다까지 몇 걸음 되지 않지만, 그 짧은 거리에도 계절이 담겨 있었다. 거실은 아직 겨울의 여운이 남아있는데, 베란다엔 확실히 봄이 왔다. 바람이 달라졌고, 햇살도 훨씬 부드러워졌다. 식물들도 아는 걸까? 햇살이 더 잘 드는 자리에 놓아주자마자 잎사귀들이 살짝 들썩이는 느낌이 들었다. 아무 말도 하지 않지만, 그저 거기 있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되는 존재들이 있다. 이 화분들도 내게 그런 존재들 중 하나다. 그러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도 누군가의 마음속 화분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고. 누군가의 거실 한편에, 혹은 마음 구석 어딘가에 조용히 놓여 있다가 어느 순간 햇살 좋은 자리로 옮겨지는 사람. 함께 계절을 버티고, 또 계절을 맞이하는 사람.

 

 

 베란다 정리를 끝내고 다시 거실로 돌아오니 공간이 조금 허전해졌다. 하지만 그 빈자리에는 이상하게도 평온함이 감돌았다. 마치 ‘이제 잘 자랄 거야’ 하는 안심이랄까. 내 마음도 그런 봄을 맞이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봄은 그렇게, 아주 사소한 움직임으로 시작된다. 겨울을 잘 견뎌낸 이들을 햇살 앞으로 조금씩 옮겨주는 것. 오늘 나의 작은 봄맞이도 그렇게 시작되었다.

 

 

 

 
 

잊지 마세요. 오늘도 당신은 향기로울 거예요.

Go together